주식/생각

2020 리뷰. (당장의 수익률만을 쫓지 말자. 회사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쌓자)

stat 2021. 1. 1. 20:38

카톡에 양복입고 '전문가'인척 하시는 분들이 수익률 관련된 것만 보면 캡쳐해서 쓰시더라. 캡쳐방지.

 

0. 이 글은 나에게 쓰는 글이다.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가가 되자"

 

단기 수익률에 너무 일희 일비하지 말자.

 

 

1. 증권사에 잠깐 있었을 때, 내가 있었던 부서에서 실전투자대회를 담당했다.

 

실전투자대회는 1억 리그, 3천 리그, 1백 리그 등 금액별로 리그를 나눠 개최한다.

 

그래서 리그별로 동일하게 세명씩 총 9명을 수상자로 뽑긴 하지만

 

수익금은 최대 10억에서, 최소 백만원 단위까지 천차만별이다.

 

실전투자대회 시상식 날, 8주만에 한 계좌에서만 6억 5천만원을 번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계좌가 여러개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계좌를 까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추정으로 한 사람의 계좌로 추정되는 수익만 20억은 속히 넘었다.

 

(보통 다른 계좌도 가지고 계시니까, 해당 기간 수익이 대체 얼마였을까?)

 

그런데 외양은 의외로 굉장히 평범했다. 겉으로 보기엔 주식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실투대회에 수십억을 태울 정도면 총 자산은 수백억대로 굴릴 텐데

 

언론을 통해서는 전혀 만나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2. 그 후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을 다수 만났지만,

 

정말 '주식으로만' 돈을 번 사람들은 굳이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돈벌었다는 소문을 내봐야 좋을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조용히 자신만의 전략으로 돈을 벌고, 그 전략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 '이*진' 등 주식으로 돈을 버는게 아니라, 주식을 매개로 사기쳐서 돈버는 사람들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언론사에 30만원씩 돈을 내서 광고를 태우기도 하고,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없는 수익 인증을 하며, 

(이런 사람들은 요즘 시대에 꼭 현금 돈다발 들고 인증하더라.)

 

한달에 300%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자랑한다.

 

언제 한번은 어떻게 알았는지 계속 성가시게 전화가 와서,

 

"저 돈이 200만원 밖에 없다. 근데 한달 가입비가 백만원이지 않냐? 가입 못하니 전화 그만하시라"라고 하니,

 

백만원으로 가입하고 백만원만 굴려도 한달이면 2배 수익이 나니까, 가입하는게 무조건 이득이라 하더라.

 

그나마 유사투자자문 등록된 업체는 그나마 나은데, 아닌 업체는 하는 짓이 양아치를 넘어 범죄수준이다.

 

 

3. 그런데 주식판에 있다보면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른바 '찐'인 분들은 나서지 않고, '사짜'들만 이곳 저곳에 잘 노출되기에.)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싱숭생숭 하다.

 

특히 '박셀바이오'처럼 몇달만에 10배 상승한 종목을 바라보다 보면,

 

한달에 수익률 10~20%는 기본인 것 같고,

 

진득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미련한 것 같고,

 

내 주식은 왜 안오르지 답답하고.

 

'은행이자보다는 높다'며 기분 좋던 나의 투자 방식이 미련하다 느껴지는 순간

 

모든 원칙이 깨지고, 성급한 투자 행태로 바뀌게 된다.

 

좋은 가격에 산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팔고,

 

다른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산다.

 

 

4. 물론 단타 매매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잘 못하는 영역이라 부럽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시키는 대로 사고, 팔고 해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아니 그냥 헛소리다.

 

 

5. 나는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가가 되고 싶다.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잔 파도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잔 파도를 견디기 위해선, 이게 잔 파도인지, 몰아칠 쓰나미의 전조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으로 치면, 단기 하락인지, 장기 하락 추세에 들어온건지,

 

심지어는 회사의 횡령 등으로 거래정지 등의 심각한 위험에 빠진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회사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해당 종목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알고 있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보통 애널리스트들의 커버리지가 약 메인 종목 10개, 서브 종목까지 20개 정도되니까,

 

일반인인 우리도 관심만 가지면 1~2개 종목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의 수준정도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삼전 등 대형주를 기피하는 원인도 거기에 있다.

삼전 IR담당자님도 삼전에 대해 A부터 Z까지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6. 그렇게 보다보면 '손실이 크지만 버텨야할 지', 혹은 '탈출할 지' 알 수 있고,

 

'이익이 크지만 팔지 않아야할 지', 얼른 '수익실현해야할 지' 알 수 있다.

 

그것이 '올바른 투자'라고 생각한다.

 

왜? 주가가 떨어져도 별로 안 힘들거든.

 

주가가 떨어져서 죽고 싶을 정도라면 뭔가 잘못된 투자이다.

 

(악재를 악의적으로 숨긴 회사에 테러를 당한 것은 제외다. 유감이다.)

 

 

7. 2020년은 증시가 요동친 한해였다.

 

코스피 기준 2천정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1400까지 떨어지더니 이제는 3천을 바라보고 있다.

 

저점인 1400에서 지수 레버리지 사서, 마지막 개장일에 팔기만 했어도 약 300%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수익이 나도

 

내가 수익을 향해 열심히 수영한 건지, 아니면 파도가 수익으로 보내준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바다에 떠있기만 해도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나도 덕분에 상단에 게시한 것 처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 내재 가치의 성장보다 주가가 빠르게 오른 종목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돈은 벌었지만, 혼란도 커졌던 한해였다.

 

아마 전문가들도 생각했을 것이다. "이거 왜 올라?"

 

 

8. 그렇게 지난 해는 갔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어떤 전문가는 "더 이상은 오르기 힘들다."

 

어떤 전문가는 "이제 떨어지기가 더 힘들다"라고 한다.

 

사실 전문가들도 나름의 예측을 언급하는 것이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9. 예컨데, 3월 23일, 내가 외국에서 한국에 돌아온 날,

 

코스피 지수가 가장 저점을 찍었을 때,

 

유튜브에 있는 수 많은 전문가 중 그 누구에게서도 코스피 3천간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천천히 반등할 것이다." "데드캣 바운스 후 새로운 저점 간다." 그도 아니면 "이대로 지옥간다. 무조건 현금확보해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현 상황을 정확하게 예견한 사람은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없었다.

 

 

9. 나도 내년에 증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올라도,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장이기 때문이다.

 

합자법인 생성에 시총 15조짜리 LG전자가 상한가를 치는 미친 장이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이유가 생길 시장이다.

 

그러나 회사가 상한가를 가든, 하한가를 가든,

 

회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당장은 주가와 회사 가치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괴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향한다.

 

돈을 쫓지 말고, 가치를 쫓으면 돈은 따라 온다고 배웠다.

 

마찬가지로 주가를 쫓지 말고, 회사 내재가치를 쫓으면 주가는 반드시 따라 온다.

 

투자자로서의 한 해 목표는

 

1) 섹터를 늘리는 것.

 

2) 늘린 섹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3) 그리고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주식을 항상 경계할 것이다.

 

 

10. 원칙과 전략을 지키자.

 

그것을 진득히 지켜도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그것을 바꾸자.

 

한해 고생 많았고, 다가오는 한해는 더 열심히 해보자.